오늘은 낮에 홈플러스에 갔다가 계산 줄 앞에 서계신 할머니께서 ‘마이 홈플러스’앱을 다운받으시는 과정을 도와드렸다. 회원가입이 끝나고는 고맙다고 하시며 (1+1이었던) 피칸 한 봉지를 주셨는데, 나야 오히려 시니어 사용자의 UT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어서 좋았다. (물론 Task마다 도움을 드려야하긴 했지만…어떤 단계에서 불편을 느끼시는지, 왜 느끼시는 지는 엿볼 수 있었다.)
서비스의 초기 진입과 회원가입 플로우는 나같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길어봤자 2,3분?(체감상) 걸리는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이제는 별의별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도 많이 해서 익숙해져서 일도 아니다.
현재의 UI 트렌드는 간결하고, 심플하고, 아름답다. 편리하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은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UI’는 어느 순간 차별과 배제를 일삼는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방향성으로 개선된 디자인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더 편리할거라는 믿음이 있다.
처음에 익숙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노인에게 쉬워졌는데 일반 사용자에게 어려울 리가 없다.
기업들은 이렇게 차별 받는 자들에 대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인을 ‘사용자’의 축에도 끼워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핸드폰의 글자 크기는 조절이 되지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은 앱을 켰을 때 글자의 크기가 줄어드는, 절대값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와 기업의 욕심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정녕 사용자를 위해 고민하고 공감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현재의 ‘좋은 UI’는 어디까지나 ‘디지털 네이티브’들만의 전유물이다.
우리에겐 앱 하나하나가 익숙해지면 내 집같이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전혀 낯선 땅이다.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소외로 차별 받는 인구는 날로 증가하기만 할 것이다.
노인 분들이 정말 필요할 때 기술을 사용하지 못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젊은 세대는 되려 불필요한 사용으로 현실 세계를 살지 못하고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일이 없도록
진짜로 사용자에게 공감하며 경험을 개선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